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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지역감정’ 49일 공연을 마치고
김원중 2002-10-23 22:49:13
자존심이 몹시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21세기에, 지역감정이라는 실체도 없는 괴물이 이 땅에 존재 한다는 것이, 아니 그것이 활개치고 다니도록 방관한다는 것이.
과학과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여 지난 수천년 동안의 변화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훨씬 혁명적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는 21세기, 화합과 평화를 이야기 하는 그 21세기에 말이지요

역사적으로 이땅에 전란이 일어났을 때는 반드시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달을 위하여 패를 나누어 싸움을 할 때였습니다
물론 전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순진한 백성들의 몫이었구요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이 자리보전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요.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이땅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미국이 전쟁의 명분을 이리저리 찾고 있는 급박한 현 정세 속에서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떠합니까?

호남 땅에서 무슨 당의 깃발만 들면 막대기라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게 되는 정치인이 된다고 합니다.
영남 땅에서도 다른 당의 깃발만 들면 강아지라도 당선이 된다고 하니 우리의 미래는 막대기와 강아지에게 맡겨져 있는 셈이지요
사정이 이러하니 당선을 위해서 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국민 알기를 卒(장기판의 졸)로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역감정이라는 유일한 무기를 갖고 있는 보스에게만 충성하면 될 테니까요.

이것이 딴따라 라고 불리는 가수 70여명과 하는 일 없이 밥만 축 낸다고 하는 시인들150여명이 거리로 나선 이유입니다
그들의 유일한 무기인 지역감정이라는 괴물에 대해서  사망선고를 내려버렸지요
그리고 그 망령마저 이땅에서 영원히 떠나 보내려고 49개 도시를 49일간 매일 한 도시씩 옮겨가며 49재를 지내는 거리공연 ’잘 가라 지역 감정’ 을 하게 된 것 입니다
5톤 트럭을 개조하여 음향과 조명장비를 올리고 그냥 사람들이 있는 거리로 들어갔습니다.
발 품과 시간 품을 팔아서 찾아올 수 있는 분들은 공연을 보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으로,노래하고 시 낭송하기에 편안한 실내공연을 포기하고 거리공연을 택하였지요.
지난8월26일 제주를 출발하여 광주와 전남을 돌고 여수에서 진주로, 경남과 부산을 거쳐 대구,경북,강원도,경기,서울,충청남북도,전북,그리고 하동과 광양이 마주보고 있는 섬진강변에서 49일 공연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게10월13일이었습니다

핫도그를 사러 나왔다가 우연히 우리 공연을 보고 13년간 돈버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눈물을 흘리시던 창원에서 만난 아주머니,급하게 갈겨쓴 격려편지를 손에 꼭 쥐어 주시던 진해에서의 이름 모를 시민,추석 대목에 상가거리를 막고 공연하는 우리를 나무라기보다 음료수를 주시고 빵까지 내 주시던 경북 영주시의 제과점 할머니,식사만큼은 대접해야 겠다며 손을 잡아 끄시던 냉면집 아줌마,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신문을 깔고 있는 시민들의 엉덩이가 안되었다고 의자를 사 보내주신 천안의 어떤 분,그리고 공연 팀과 같이 이동하며 자원봉사를 해주시던 수많은 분들……
이것이 단돈200 만원을 들고 인천항을 출발한 ‘잘 가라 지역감정’ 공연을 성공시킨 ,우리가 확인한 이땅의 민심이었으며 민초들의 외침이었습니다

지금 또 다시 지역 감정이 대물림 되려 합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영문도 모르고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지요.이세대의 경우 원인이 없으니 치료할 방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안타까움 뒤에서 막대기나 강아지들의 정치가 또 세습되려 합니다
그 정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백범 김 구 선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백범 일지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백범께서 일제 강점기에 신민회 사건으로 투옥되어 7번의 기절을 하는 모진 고문을 받으며 하신 말씀입니다
“국가가 망하기 전 구국사업에 성의 성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죄를 받는구나”

<<기념식장에서 정치인들의 축사나 격려사가 딴따라의 축가보다 언제나 앞 순서에 들어가야 하는, 그래서 바쁜 그분들이 떠난 후에 노래해야만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잘 가라 지역감정’ 공연지킴이 김 원 중>>

** 이 글은 인터넷 신문 <전라도 닷컴>에 실렸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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