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칼럼 '딱! 꼬집기-김원중'
에피소드1: 몇년 전 어느 중소도시에서 시가 주관한 `청소년 큰잔캄 행사장에서의 일이다.
지역방송 중계차까지 현장에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지역에선 꽤 비중이 있는 행사인 것 같았다. 행사장 무대 뒤에선 출연할 청소년들이 얇은 옷을 입은 채 추위를 이기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고, 관객석 왼편에는 말끔한 정장을 한 어른들이 가슴에 꽃을 꽂고 일렬횡대로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장내 진행자의 유도에 따라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몇 사람이 등장했다. 이 지역 시장과 당시 정권의 유력인사였던 지역구 의원이었다. 그들이 자리하자 사회자의 개회사가 시작되고 축사와 격려사 등이 이어졌다. 축사와 격려사는 물론 위의 유력인사들의 몫이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지고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등 무대 위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유력인사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맨 앞줄의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자리를 떠나기까지 그 소란은 계속되었다. 그 동안 무대에서는 오늘의 주인공들인 청소년 출연팀이 소란스런 어른들의 엉덩이를 향해 땀을 뻘뻘 흘리며 메아리 없는 춤과 노래를 하고 있었다.
에피소드2: 가끔 자치단체, 사회단체의 행사에 축가 부탁을 받고 기념식, 발대식 등에 출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에는 가는 곳마다 모 광역자치단체장을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만날 때마다 인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누구시더라 하는 느낌이어서 내심 불쾌하였다. 축하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하는 등의 문화적 요소들이 행사의 가장 나중 순서에 있어 파장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소위 사회지도층이란 인사들의 의식 속에 문화라는 것이 구색으로 자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즈음에 후배로부터 시민운동단체 창립기념식에서 축가를 불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축사를 누가 하느냐 물어 보았더니 역시나 그 단체장이 참석한다고 했다. 나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축사보다 축가를 먼저 하게 해 달라는 조건이었다.
난색을 표하는 후배에게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들 하는데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부터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결국 행사날 나는 격려사, 축사보다 축가를 먼저 하게 되었다. 행사 초반이어서인지 관객들의 집중력이 살아 있었고, 준비해간 노래의 메시지가 쏙쏙 전달되는 것을 느끼며 노래할 수 있었다. 시계를 가리키며 안절부절 못하는 수행원들을 외면하며 앙코르곡들도 불렀다.
이미 `사회지도층’이신 분들과 되실 분들께 건의하고 싶다. 다른 행사도 아닌 청소년행사에 참석할 때는 다른 일정을 줄이더라도 끝까지 자리했으면 하는 것이다.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선 행사 취지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자리를 뜨고마는 권위적 행태 속에서 어른의 모습은 일그러진다.
또 하나 광주시에 건의하고 싶다.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서만큼은 축시 또는 축가를 먼저하면 어떻겠는가.
물론 웃자고 드리는 말씀은 아니다.